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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낀거

기자가 만나는 세상 현장 21.E80.121113.'디자인 서울'의 그늘 에 대한 내 생각

sbs의 동영상 한 편을 보았다.


전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규모 프로젝트 디자인 서울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상당히 인상깊었다.


난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을 통해서 간판이 바뀌고 조금 더 밝아지는 모습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기에,


그 프로젝트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이 프로그램이 내 인식을 달라지게 만들었다.


짧은 앞부분에는 많은 세금을 들인 유람선 한강아라와 세빛둥둥섬이 현재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들어 예산낭비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에는 과거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지어지고 있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4tkRvst66JA#at=1006



이를 보고 인터넷에서 관련 블로그 글들을 몇 개 읽어봤는데


대부분이 단차원의 생각없고 단순한 사고에 기반한 글이었고 논리구조가 상당히 난잡했으며 가벼운 글들 위주였기에


(뭐 인터넷에 떠다니는 글들이 다들 그렇지만)


난 나대로 동영상에서 주장하는 바를 요약하고 내 의견을 덧붙인 초스압의 글을 쓰고자 한다.


먼저, 이 홈페이지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공식 홈페이지다.


http://www.ddp.or.kr/



1. 서울시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설계안을 선정하기 위해 외국에서 4명, 한국에서 4명의 건축가를 지명해 디자인을 요청했는데, 외국인의 디자인은 동대문이라는 지역, 그 위치가 가지는 상징성이 반영된 설계가 불가능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건축물을 선정하는데 외국의 심사위원들이 과반수가 참여했기 때문에 한국인 건축가의 디자인이 가지고 있었던 강점인 과거와 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설계가 전혀 가점을 받지 못한 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제시대에 건설된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었지만, 동대문운동장에서 진행되었던 고교야구나 여러 스포츠 경기들에 대한 기억이 건물과 함께 같이 사라져버린 것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나왔다. 또한 굳이 서울 한복판의 건축물을 위해서 외국인 심사위원을 기용해야만 했나 하는 의견 또한 볼 수 있었다. 아래는 홈페이지에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디자인 컨셉에 관한 아티클이다.




--하지만 내 의견은 약간 다르다. 물론 그 지역의 추억, 기억에 대한 간직도 중요하다만, 그렇게 따지자면 서울 어디에도 아파트가 지어져서는 안됐고, 고층빌딩이 자리잡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전혀 없다고 봐도 되기에 이러한 건축가들의 주장은 약간 어불성설이다. 또한 선정된 자하 하디드의 설계가 비정형 설계로 유명하다는데, 우리 나라의 소위 성냥갑, 담뱃갑식의 건축물보다는 훨씬 미적으로 앞서있지 않나 싶다. 한국의 건축가들이 설계했던 도안을 동영상 중간에 비추는데, 그 특성, 건축물이 주는 매력으로 보았을 때 건축에 있어 까막눈인 내가 봐도 랜드마크라 하기에는 뭔가 특별함이 부족해 보였고, 비록 외국인의 설계이긴 하나 그녀의 실험적인 도안이 나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기괴하고 괴상한 건축물이나, 좋게 본다면 우리나라의 정형화된 설계 일색의 건축문화 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보았다.



2. 서울시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건축하기 위해 편성했던 예산은 1,300억원이었다. 하지만 자하 하디드의 작품을 최종안으로 선정하고 나서 그녀가 디자인을 수정하는 바람에 추가 예산이 약 1,000억원 가량 더 들게 되었다. 이때는 착공 전이었기에 그녀의 수정안 대신 예산이 적게 드는 원안으로 진행하거나 혹은 선정을 취소하고 다른 작품을 가지고 착공해도 추가적인 비용이 크게 들지 않을 수 있던 시점이었다. 하나 짧은 임기에 맞춰 완공을 하려 했던 오세훈 전 시장 덕에 수정안을 수용하고 기존 예산의 2배 가까이를 들여 건설을 시작하게 된다.


우리나라 건축가와 건축 관련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이런 식으로 갑자기 기존 예산의 두배가 되는 수정안을 받아들여 건축을 진행하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했으며 건축가의 임무, 혹은 목표는 발주처가 가진 예산한도 내에서 건설가능한 설계안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점에서 볼 때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진행까지 상당히 꼬여있음을 알 수 있다.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은 다음 사진에서 볼 수 있다.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퍼왔다.














출처 http://www.zaha-hadid.com/architecture/dongdaemun-design-park-plaza/


--내가 봤을 때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진보측이 말하는 환경문제보다 예산의 처리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환경 전문가들이 말하는 환경 문제는 어떤 식으로 조사하느냐, 그 조사처가 어디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전문가에게 조사를 문의한, 다시 말해 돈을 대준 기관에 맞게 조사 내용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문제는 물론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이나 그 근거의 신뢰성이 떨어지므로 제외한다면, 기존 예산의 배가 넘는 세금을 투입하고 제대로 된 아웃풋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객관적으로 인정가능, 측정가능한 부분이기에 이를 가지고 4대강 사업을 비판해야 마땅하다. 4대강 사업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프로젝트는 예산 초과의 공통점을 갖는다. 인간의 경제활동은 꼬마가 사탕을 사먹거나 부부가 집을 장만하거나에 회사가 M&A를 하거나에 관계없이 모두 투입한 자원에 비례한 산출물, 혹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항상 결부될 수밖에 없다. 계산 불가능한 무형의 가치, 예를 들어 전통은 측정이 불가능하므로 제외하고 보았을 때, 정부 발주 사업들의 NPV가 흑자를 기록한다면 세금이 얼마가 들어가든 할 법 한데, 만약 이것이 적자라면 마땅히 사업을 취소하고 그 예산을 다른 곳에 투입해야 마땅하다. 적자임에도, 혹은 과거 들어간 세금이 이미 매몰비용으로 전락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사업을 추진한다면 예산집행자로서 그는 예산운영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설사 흑자를 기록한다 할지라도 타 사업에 비해 적은 이익을 창출한다면 이 프로젝트 대신 다른 곳에 세금을 투자해야 마땅하거늘, 사업이 흑자인지도 의심이 간다. 회사의 제1목적도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인데, 하물며 공공기관인 서울시에서도 이런 식으로 예산이 낭비된다면 이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오세훈 전 시장은 최종 예산집행자로서 그 맡은 바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예전에 나는 국가의 고위관료가 되기 위해서는 거시적으로 한국 및 세계경제를 바라보는 안목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하고, 기업인 출신이 상당히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허나 현대건설에서 임원까지 달았던 대통령이 몇몇 정책에서 죽을 쑤는 것을 보고, 기업활동과 정부활동 간의 괴리가 상당하다는 것, 혹은 기업인도 별 볼일 없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정부는 이익이 되지 않는 사업에도 투자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손해를 보고도 집행하는 예산이 분명 존재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사업성을 판단하고 프로젝트를 발주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4대강 사업이나 이번 디자인 서울은 그러한 측면에서는 좌우를 막론하고 상당히 무책임한 정책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러한 문제점에 관해서는 그 책임자가 시인, 사죄해야할 것이다. 특히 오세훈 전 시장은 자신이 서울시의 녹을 먹지 않고 있다고 해서 예산집행 실패에 대한 면죄부를 가지게 되었다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3. 앞의 썰이 조금 길었는데, 셋째로 비판하는 바는 바로 동대문운동장 부지에서 발견된 각종 문화재, 유적과 이간수문이라는 성벽의 일부분에 대한 보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일제시대에 동대문 일대 부지를 매립하고 동대문운동장(옛 경성운동장)을 건축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문화재가 훼손되었고 방치되었다. 이후 82년만에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면서 지하의 옛 흔적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자잘한 것도 많이 있지만 동영상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바로 옛 성벽의 일부였던 이간수문이다. 청계천의 물이 흐르던 곳을 콘크리트 장벽과 외계에서 온듯한 건축물로 아예 막아버린다면 설사 이것의 형태는 보존된다 할지라도 그 건축물의 본 목적을 후세가 떠올리는데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간수문은 한양의 유일한 수문이었다고 하므로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 또한 대단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간수문이 발굴되었을 때는 설계가 변경했던 2008년이었으나, 이에 대해 무시하고 기존안을 고수했던 서울시는 상당한 책임이 있다. 1300년 즈음에 만들어진 이 이간수문은 실제 그 당시 조상이 사용했던 시냇물이 흐르던 바로 그 흔적이고, 그 700년의 역사인데 이를 떠올리기가 어려워지고, 과거 한양의 도시계획을 그 어느 것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이 거대한 성곽은 형체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이외에 훈련도감의 부설기관이라고 해야되나... 하여튼 비슷한 기능을 하는 하도감이라는 곳의 터는 착공과 함께 아예 사라졌다고 한다.



4. 마지막으로 가관인 것은 거의 완성이 되어가는 지금, 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처음 내놓았던 활용 용도는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드나드는 동대문에 디자인 메카를 건설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디자인 메카가 어떤 식으로 기능할지에 대한 고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하드웨어는 내년 7월에 완성되는데, 소프트웨어는 아직도  답보상태이다. 실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상당히 웃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시설규모도 미정, 운영규모도 미정이라니. 뭐하자는건지... 보니까 기존 디자인 메카라는 컨셉을 버리고 상업시설로 용도변경할 계획이라는 말도 있는 것 같던데, 그렇다면 2번에서 말했듯 굳이 그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저런 디자인의 시설을, 고작 영화보고 데이트나 하는, 코엑스나 엔터식스나 타임스퀘어나 디큐브시티나, 말그대로 서울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그런 소모적이고 소비적인 활동을 위해 지었단 말인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래도 서울시 공무원들, 그것보다 나을 줄 알았는데 행정고시, 혹은 7급 서울시 지방직 합격하고 그런 저급한 발상밖에 안나오는 걸 보면 공무원이 괜히 욕먹는건 아닌 것 같다. 주변 아는 사람이 행정고시 붙으면 와 한턱쏴라 야 대단하다 하고 부러워하는데, 남들 다 부러워하는 자리 갔으면 부러워할 일도 같이 했으면 좋을텐데 말이다. 오세훈 전 시장의 포부, 계획은 상당히 인상깊고, 괜찮은 얘기였다. 이를 좀 더 생산적으로 발전시켜서 문화컨텐츠를 거기에 부가시킬 생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 디자인 관련 행사를 주최하는 측에서 대관하기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매력적이고, 여기 아니면 안된다 하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지에 대한 노력을 적어도 나는 그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왜 그들은 굳이 동대문을 전시 장소로 선택하려 할 것인가. 굳이 여기가 아니면 안된다 하는 이유를 난 찾기 쉽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은 왜 안 될 것이며, 예술의 전당은? 충무아트홀은? 공무원들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갖는 타 전시관에 대한 경쟁우위, 비교우위가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이를 발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공무원들이 그런걸 생각이나 해볼까? 우린 안될거야,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