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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낀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군대 있을 때 감상문 썼던거 그냥 버리기 뭣해서 들고나왔는데 버리기가 애매해서 여기다 백업


다시 읽으니까 병신같네ㅋㅋ


설마 퍼갈래나? 이걸?


우리 중대에서 볼 만한 고전 영화를 상영해주는 명품극장 프로그램이 어느덧 4회째를 맞이했다. 이번 달에는 '사관과 신사', '피아니스트', '영광의 깃발'에 이어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보았다. 아직 군대에 입대하기 전인 고등학생 시절에 이 영화를 봤던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내 기억 속에서 영화는 잊혀지게 되었다. 그런데 6년이 지난 지금 생각지 못한 기회를 통해 영화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예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 때 영화를 봤던 사람은 입시경쟁에 파묻혀 있던 18살의 나였지만, 이번에 영화를 본 사람은 입시와는 관계가 없어진 지 한참 된 24살의 군복무중인 나라는 점에서 그때와 지금 모두 비록 같은 영화를 보았지만 영화를 본 후의 감상은 많이 달라졌다. 예전의 내가 영화를 본 후의 느낌, 감정, 그리고 생각이 지금은 바뀌었고, 어떤 면에서는 더 깊어졌다는 점에서 영화를 보게 된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잠깐 기억을 되살려보면 똑같이 고등학교 입시경쟁과 진로에 대한 고민에 휩싸여 있던 예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영화를 보고 공감한 바가 많은 것 같다. 물론 나이를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안목이 더 깊어졌겠지만, 주인공과 같은 처지였던 고등학생의 내가 그 당시 느꼈던 것보다 지금의 내가 현재를 즐기라는 말에 더 공감을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크게 웰튼고등학교라는 기숙사 학교에 새로 온 신임 문학교사인 존 키팅이 입시경쟁에 물든, 부모에 의해 수동적이고 순종적으로만 살아왔던 학생들에게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도록 학생을 일깨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시를 대학 입학 시험의 문제 지문으로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음미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 시를 학생들 개개인만의 관점에서 스스로 써 보게 하고 발표시킴으로써 학생들에게 문학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시키려고 노력한다. 그의 독창적인 수업방식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만들고, 문학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다. 학생들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을 조직해 밤에 본인들이 만든 시를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고 감상을 나누기도 하면서 존 키팅이 그의 수업을 통해 원했던 바를 실현시킨다. 그리고 서클의 멤버들은 각자가 원했던 것을 찾아 나선다. 닐은 의사로서의 삶을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서 살아 왔었지만, 그의 꿈은 연극배우가 되는 것임을 깨닫고 연극 동아리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의 연극을 본 아버니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닐을 사관학교로 전학시켜 군의관을 만들고자 한다. 꿈이 좌절된 닐은 결국 그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존 키팅은 학생들에게 일탈을 부추겼다는 죄로 학교에서 해고된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과거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나에게는 인생을 즐기라는 존 키팅의 말을 피상적으로 받아들여 공부를 때려치고 유흥에 빠져 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 너무 이상적인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영회의 결말 때문에도 마냥 이상을 좇아 살 순 없다고 생각하고 영화의 비현실성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나이가 든 지금은 존 키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가슴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그가 학창시절 조직했던 비밀서클의 이름이자 영화의 제목인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예술을 배척하는 사회풍조, 그리고 그로 인해 죽어버린 시인을 의미하는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시인은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싶은데 사회가 이를 가로막고 시인을 죽게 만든다는 것은 영화 속 닐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서클이 그 죽은 시인의 못다 이룬 꿈을 마저 이루자, 혹은 시인을 죽게 만든 사회에 대해 일갈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름이 그렇게 지어진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 더해 여학생을 고등학교에 입학시켜달라는 찰리 달튼에게 존 키팅이 몸을 사려가면서 이상을 좇으라고 하는 장면을 다시 보니 Carpe Diem이란 혹자가 말하는 대로 짧은 인생을 즐기며 살라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관점에서 짧은 인생동안 나의 열정을 쏟아 부을 무언가를 찾아서 하라는 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진정으로 인생을 바칠만한 무언가에 나의 시간, 끈기, 열정, 노력, 그리고 재능을 집중해 인생을 헛되이 살지 말자는 뜻이고,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것이다. Seize the day, 즉 지금 이 순간을 붙잡고 이성적인 관점에서 인생을 바칠 수 있는 그것에 붙잡은 시간을 쓰라는 것이 바로 존 키팅이 그의 수업 내내 말하고자 했던 바가 아닐까 한다.


수업 첫 시간에 예전 졸업생 사진 앞에서 학생들에게 Carpe Diem, 라틴어로 현재를 즐기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 속의 학생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 그리고 나에게 내면의 사그라드는 열정을 다시 불태운다. 그리고 실제 본인이 꿈꾸던 시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존 키팅은 본인 스스로 Carpe Diem하면서 인생을 살 수 있음을 증명한다. 나는 고등학생 때에는 대학에 잘 가야된다는 생각만 가지고 공부를 했었고, 군 입대 전에는 회계사가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가 말한 대로 군대에서의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나의 꿈은 무엇인지 사색하고,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잡아야겠다. 또한 앞으로 남은 군복무기간동안 내가 가진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 인생에서 헛된 시간으로 남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