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기 전 나의 첫 전자담배 입문기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놓으려고 한다.
1453으로 입문하고 나서 산 첫번째 리빌더블 무화기가 카이푼Kayfun V4였다.
내가 처음 샀을 때도 다들 초보자가 쓰기에는 부품이 너무 많고, 기능이 복잡해서 여러 모로 힘들거다 하는 말이 많았다.
대부분 카라플(카이푼 라이트 플러스Kayfun Lite+)를 처음 입문시 무화기로 정하는 추세였으나
카라플과 내 미적 취향과는 그닥 맞지 않았던 반면 거대하면서 오묘하게 생긴 그 무거운 녀석은
내게 와 꽂혔고, 그 당시 최고의 퀄리티라고 소문났던 인피니트Infinite 사의 클론 카이푼4를 패스트텍Fasttech에서 결제.
그게 작년 이맘때쯤이다.
동시에 모드기도 어떤 게 괜찮을 까 싶어 많이 고민하고 검색한 끝에
2가지로 후보군을 좁힐 수 있었고,
바로 클라우퍼 미니Cloupor Mini와 이리프 아이스틱Eleaf iStick 30W였다.
아이스틱은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 가격이 비교적 저렴했으며 디자인이 유려했지만
PWM방식(전기를 일정한 힘으로 ------ 쏘는 게 아니라 - - -와 같이 끊어서 발사)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에서 클라우퍼 미니를 구매하게 된다.
클라우퍼 미니를 구매하게 된 이유라 한다면
첫째로 저렴한 가격, 둘째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 그리고 교체형 배터리 방식 이 세 가지였다.
하루 대부분을 밖에서 보내는 내게 배터리 일체형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현재까지 일체형 배터리를 쓰는 건 전자담배를 포함해 핸드폰도 쓰지 않을 정도로
혐오를 넘어 증오까지 하는 내게 배터리를 외부에서 쉽게 교체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으로 여겨졌고,
결국 클라우퍼 미니를 구매했다. 하지만 그 조악한 마감과 패스스루 시의 위험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고
더이상 클라우퍼 제품은 구매하지 않게 된다(...)
요즘에야 제품의 폭이 워낙 다양해져서 뭘 집건 평타 이상 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선택할 만한 상품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검색이 더욱 많이 필요했었다.
그 중 카이푼v4에 대해 주구장창(한 일주일은 포럼에 상주하면서 검색에 검색을 하고 질문글도 많이 올렸었다)
알아본 결과
처음 보는 사람들을 당황케 하는 이 많은 부품들이 결국
1~11번 부품까지의 모드기 체결부(A),
12~25번 부품까지의 코일 덱(B),
26~33번 부품까지의 액상 저장 경통(C),
그리고 34~41번 부품까지의 탑캡(D)
이렇게 4가지 거대한 파츠로 구성되며 처음 무화기를 받고 세척하면 꽤 오랜 기간동안
이 많은 부품을 하나하나 해체-재조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카이푼 4를 쓴 약 1년간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저 많은 부품 중 대부분(11개)이 오링이며
오링은 사용하는 내내 스테인리스 소재 부품에 결합되어 있어 개별 부품으로 느껴지지도 않았으며
세척시에도 굳이 몇몇 부품은 해체하지 않아도 충분히 깨끗하게 세척가능했다.
(일례로 14~20번 부품은 거의 뜯을 일이 없다)
오링과 나사 하나하나를 다 세어보면 어떤 무화기건간에 약 20~30개정도의 부품은 모두 가지고 있으며
부품 개수가 많은 것처럼 느끼게 된 이유는 제조사인 Svoemesto의 과도한 친절(...?) 덕이라 할 수 있다.
정품은 애초에 약 20만원 가량 하고 그 정도 돈을 지출할 사람들은 대개 전자담배에 조예가 깊은 경우가 많아
무화기와 조금만 친숙해지면 사용시에는 저런 부품 하나하나를 보여주는 매뉴얼이 그닥 필요없다.
또한 지금까지 많은 기계를 써 왔지만 저렇게 하나하나 무화기를 해체해서 개별 부품을 보여 준 매뉴얼을 본 적이 없다.
물론 그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사용 중 제품을 분실했을 경우 제조사에 개별적으로 부품 주문을 할 경우
주문 과정에서 사용자가 어떤 부품이 없어졌는지 콕 찍어서 제조사에게 전달할 수 있었고
제조사는 정확히 사용자가 의도한 내용을 파악해 부품을 발송할 수 있었으니.
혹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제조사는 어떤 부품이 문제가 생겼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쉽게 전달 가능했다.
예를 들어보면 가끔가다 저항이 계속 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12번 스프링으로 누수가 된 경우가 많으며 덱을 걷어내고 면봉 등으로 누수를 제거해주면 정상 작동한다.
이런 식으로...
이에 그치지 않고 제조사는 그 친절함을 십분 발휘해 초보자가 사용을 하게 될 경우를 위해
조립 과정 동영상과
액상 유입 조절 방법 동영상,
공기 유입량 조절 방법 동영상,
경통 교체 동영상,
액상 주입 방법 동영상,
그리고 리빌드 동영상까지
많은 동영상들을 유튜브에 업로드해 사용자 편의에 최선을 다 했다.
정교한 액상 유입 조절 장치는 기술적으로도 현재 판매되는 무화기보다 누수 방지에 효과적이며
탁월한 맛 표현, 다양한 리빌드를 위한 4개의 덱 나사,
사용자 개성을 위한 유리경통과 PC경통 기본 제공,
오랫동안 출시된 수많은 서드파티 부품들(연장 경통, 벨캡 등),
지금 봐도 멋진 디자인과 제품 설계는 아직까지도 카이푼4가 전자담배 사용자들에게 계속 회자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제품은 수작秀作이자 명품이다.
인피니트 클론을 산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액상 유입 차단 장치 사용에 미숙한 탓에
몇 번 덱이 침니에 꽉 끼어버려 이를 푸는 과정에서 펜치를 사용하고 많은 스크래치도 냈으며
부품을 여러 번 분실하는 어려움 속에서 전자담배의 기초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기에
아직도 구매를 후회하지 않는다.
나를 혹독하게 훈련(...)시켜 준 무화기이자 어떤 무화기를 보고도 쉽게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 카이푼4.
내가 산 무화기가 지금은 셀 수 없이 많지만 2개 이상 구입한 무화기는 카이푼이 유일하다.
인피니트에 이어 원본과 가장 흡사하다는 아이보고Ivogo SS316 카이푼을 사용해 봤는데
더이상 입호흡 무화기를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현재는 폐호흡 무화기만 구매중(...?)이다.
끝판왕.
내가 단언컨대 만약 사용 중에 문제가 생겼다 하면 그건 무화기의 잘못이 아니라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당신의 잘못일 것이다.
카이푼4에 익숙해 지는 건 순간이고, 그 사용시의 기쁨은 영원할지니.
...이쯤 되면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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