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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뷰

3p 바인더 (3p Binder)

오랫동안 쓰던 프랭클린 플래너(이하 FP)+pda를 뒤로 하고 3p binder(이하 3p, http://3pbinder.co.kr )라는 걸 사용하게 됐습니다.

FP의 가격정책때문에 참 불편했는데 이렇게 FP를 접고 3P를 쓰니 훨씬 편합니다. FP 말로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사용자를 위한 건가요? FP를 국내에 독점판매하는 성과향상센터의 경우, '종이 쪼가리(속지)'에 몇만원씩 받으면서 팝니다. 속지의 경우 국제표준인 A5나 B6 등의 가로 세로 레이아웃을 약간씩 변형해 사용자가 꼭 자사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에서부터 정이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아 물론, CEO사이즈 같은 경우는 나름 FP에서도 휴대성과 편리성 등을 감안해 특수제작한 사이즈이므로 어느정도 독창적이라 할 수 있지만, 클래식(A5)이나 컴팩(B6), 포켓(A6) 같은 경우... 딱히 그렇게 사이즈를 변형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언급한대로 상술이라고 말할수밖에... FP에서 이렇게 사이즈를 변형한 제품을 출시한 까닭에 후발주자들도 FP를 모방하느라 비슷한 경로를 따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수첩 껍데기(바인더)'는 더하죠. 아 물론 소가죽에 뭐에뭐에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칩시다. 근데 그걸 십만원이나 주고 사기엔... 루이까또즈나 MCM이나, 우리나라 소유의 기업입니다. 외국에 로열티도 안주고, 그렇게 비싸게 판매할만한 브랜드가 아닙니다. 에르메스나 루이비통같이 퀄리티가 대단한 브랜드도 아니고, MCM 껍데기를 그렇게나 비싸게 파는 이유를 저는 절대 모르겠습니다. 제가 MCM을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고, MCM의 원래 가치에 비해 가격이 도를 지나쳤다는 얘기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반면 이노웍스나 오롬 등의 경우 후발주자인 만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 대해 제가 제동을 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 혹시 왜 FP에 대해서만 이렇게 비판적이냐고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FP가 Market-Leading Product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햄버거집이 있지만 유독 맥도날드에 대해서만 정크푸드의 인상이 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자인 때문에 산다"고 말하시면... 흠... 결국 '수첩', 내가 얼마나 시간을 잘 활용하는지 점검하고 개선하는 목적이 주가 되고 심미적인 이유가 부가 되는 '수첩'에 얼마나 디자인이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다꾸'를 위해 저 비싼 수첩들을 살 이유가 있을까요? 아 물론 저도 디자인 좋은 걸 먼저 사게 되죠. 그런데, 뭐를 위해 내가 수첩을 쓰는지에 대해 확실히 해둘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FP의 시간관리 철학"은 너무 주관적인 것이라 사람마다 그 평가가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에 관해서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법원에서 FP의 속지에 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철학'이라는 것이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는지에 관해서 조금이나마 아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3p를 처음 보고 구매를 망설이지 않았던 이유는

 

  • 첫째, 호환성입니다.

현재 시중의 다양한 수첩들, 그리고 레이아웃들... FP의 경우 클래식, 컴팩, CEO, 포켓 등등등... 이노웍스도 맥시 미디 포켓링...  놓고 보면 거의 비슷한 사이즈임에도 약간씩 크기가 달라 호환이 안됩니다. 기능은 어느 수첩이든 대동소이한데 말이죠.

반면, 3P의 경우 A5를 속지로 이용합니다. A4를 반 접은 바로 그 사이즈의 종이를 속지로 쓴다는거죠. 다시 말해 속지의 자작이 용이하고, 웹이든 어디든 A4 사이즈로 만들어진 문서를 다른 어떠한 편집 없이 바로 프린트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같은 경우 예전에 사둔 A5 용지가 한덩이(!) 있었기 때문에 갈아타는데 다른 분들보다 더 쉬웠습니다. 3P숍에서는 플라스틱 바인더(5,000원)와 집게펀치(48,000)만 구매하고 속지 제작, 바인더 표지씌우기 등등은 제가 직접 해서 총 5만원이 약간 넘게 들었네요(3P숍 회원가입시 포인트 지급). 속지는 바인더 소개한 곳에서 눈으로 힐끗 보고 만들었고, 시험지나 영어단어, 강의노트 들을 들고 다니며 볼 수 있게 출력하니 5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 들었습니다.


  • 둘째, 확장성입니다.

3p의 경우 메인바인더 - 서브바인더 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다 사용한 속지를 PP바인더에 꽂아놓는다는 개념은 FP에도 있지만, 3P의 경우 '고정섹션과 프리섹션'이라는 개념으로 내가 원하는 '범주화된' 자료를 찾기 쉽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FP는 모든 정보를 시간순서로 기입합니다. Daily에 모든 정보를 입력해두다 보니 내가 모월 모일에 뭘 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바로 찾을 수 있지만, 어떤 태스크나, 사업관계 등에 관해 총체적으로 분석해야 할 경우에는 Daily로 기입했을 때 상당히 난감합니다. 하지만 3p는 자료를 범주화해 보관하기 때문에 서브바인더로 훨씬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FP든 뭐든 일기장의 개념으로 쓰기보다 시간관리, 업무성과향상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카테고리化된 3p가 사용목적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셋째, 속지가 Daily가 아닌, Weekly입니다.


저같은 경우 일단 굳이 Daily를 쓸 만큼 수첩에 기입할 것도 없는 학생이라 Weekly를 더 선호합니다. 하지만 저와 달리 Daily도 과분하지 않게 스케쥴을 조정하시는 분들에게도 Weekly의 경우 한 주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합니다. Daily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산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미래 계획 수립이나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는데는 Weekly가 낫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도 FP를 쓰시는 분들을 많이 봤는데, 앞뒤로 넘기시느라 정신없더군요;; Weekly의 경우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아참, Daily를 사용하는 것이 나은 분들도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분들을 배려해 3p에서도 Daily속지를 판매하는 듯 합니다. 혹은 3P의 또다른 장점인 호환성을 십분 활용해 자작속지를 만드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반면 단점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단점이라기보다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지만, 넓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게 되면 아무래도 모두를 만족시키기 힘들기에 강점에 주력한듯합니다. 단점에 관한 제 의견은 읽으시는 분들이 본인의 상황에 맞게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 첫째, 20링을 채택한 점입니다.

국내에서는 대개 A4 3링이나 일반 다이어리사이즈 6링이 보편화되었는데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20링의 경우 펀치를 비싸게(집게펀치의 경우 5만원 가량, 슬라이드펀치의 경우 10만원가량) 주고 구매해야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20링은 3링이나 6링에 비해 속지를 링 부분에서 넘기는 힘이 분산돼 속지가 잘 찢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바인더가 정돈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 둘째, 휴대성이 떨어집니다.

큰 크기(FP 클래식 사이즈와 비슷)로 인해 휴대가 불리합니다. A5사이즈 채택으로 인해 얻는 이점도 많지만, 플래너의 상시 휴대가 힘들다는 점은 상당히 치명적입니다. 손에 들고다니기가 애매해서 가방에 넣어야 되는데, 여성분들의 핸드백에 이 거대한 물체를 넣을만한 공간이 있을 확률은 상당히 희박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남성분들도 가방에 넣었다 뺐다 하기에는 불편한 사이즈이므로 구매에 유의하세요.




구매를 결정하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문구랜드 http://munguland.co.kr/ 에서 A5 20링 플라스틱 바인더를 팔고 있습니다. 가격은 3P숍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지만 안에 링이 메탈링이 아니라 플라스틱링이고 내구도도 상당히 떨어질 것같은 예감이 들어 저는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또 동일 사이트에서 슬라이드형 펀치도 판매중입니다. 3P숍에서는 현재 품절인데, 3P숍은 108,000원 문구랜드의 경우 110,000원입니다. 10월경에 입고가 된다고 3P숍에서는 말하는데,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올려봅니다. (들리는 말로는 배송이 X판이라는 분들이 많은데... 저같은 경우 펜을 한번 구매해봤는데 정상적으로 배송이 되었습니다)

저는 3P숍에서 구매한 집게펀치를 사용하는데, 제가 가장 걱정했던 게 20공간 구멍의 간격이 펀치한 용지별로 천차만별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따로 펀치한 용지들이 바인더에서 제각각으로 놀지 않을까 하는(위쪽에 몇 장은 튀어나와있고, 몇 장은 쑥 들어가있고...) 그런데 사용해보니 그럴 염려가 없더군요. 처음에 용지 세팅만 잘하면(본체에 홈이 있어서 눈만 뜨고 밀어넣으면 오차는 거의 없습니다) 구멍은 일정한 간격으로 찍힙니다. 집게와 본체에 각각 수홈과 암홈이 있어 집게가 정확히 물리고 간격도 일정합니다.

그리고 사실 때 바인더에 꽂을 수 있는 자 하나정도는 같이 구매하시는게 좋습니다. 저는 자를 빼고 구매했는데, 자를 사서 자에 달력이나 FP에서 썼던 위클리 컴파스 같은 기능을 덧붙여도 괜찮겠다 생각이 자꾸 듭니다.

마지막으로 3P, FP를 비롯한 많은 수첩을 처음 이용하시려는 분들께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무슨 수첩을 사시든 일단 체험판 겸 해서 싼 제품부터 구매하시는게 제가 드릴 조언이라면 조언입니다. FP를 무턱대고 사셨다가 본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식으로 쓰시는(10만원짜리 가계부, 10만원짜리 일기장은 좀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드시나요?) 분들이 많으며, 사이즈 선택에서도 낭패를 보시는 분이 많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조건 싼 놈으로! 구매하시기를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한달이든 두달이든 써보셨다가 '나와 맞는것 같아!' 하시면 양질의 바인더로 업그레이드하시고, '내 스타일이 아닌데?' 하시면 바로 발을 빼시면 됩니다. 저같은 경우 먼저 5,000원짜리 플라스틱 바인더로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도 일단 싼 PP바인더와 리필노트 2세트 정도로 시작하셔서, 한번 바인더 사용에 대해 감을 잡으신 뒤에, 스스로 평가를 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저렇게 사시는데도 배송비를 포함해 고작 만원 정도밖에 안 듭니다. 만원을 버리는 셈 치시는게 아니라, 나에게 좀더 맞는 시간관리 도구를 선택하는데 드는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시면 결코 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드실겁니다.


참고로, 제가 산 바인더의 사진입니다. 저같은 경우 질긴 플라스틱 포장지를 위에 덮어씌워 안에서 테이프로 대충 마감처리하고 들고 다닙니다. 물론 배송 온 그대로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이지, 어떻게 바인더를 예쁘게 꾸밀 수 있느냐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