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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뷰

차차Chacha? Chacheer? 볶은 해바라기씨 리뷰 + 해바라기씨 먹는 법



해바라기씨를 리뷰한다.


살다살다 해바라기씨를 리뷰할 줄이야.


그래도 나같은 사람을 위해 짤막하게 글을 남기려 한다.


내가 10년 전 미국에서 살았을 때 얘기다.


그 때 해바라기씨를 워낙 많이 집어먹고 남은 껍질을 동네방네 뿌리고 다니는 바람에 한 소리도 듣고,


한창 많이 먹었을 때는 부작용으로 온 몸, 특히 얼굴에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었다.


그러다 한국에 귀국한 후로는 미국에서처럼


껍질채로 볶아서 파는 해바라기씨를 구할 곳이 없어서


오랫동안 먹지 못했었다.


한국에서 파는 해바라기씨는 껍질을 까서 샐러드 등에 뿌려 먹는 일종의 음식 재료였고,


나는 간식처럼 입안에 오물거리면서 까먹는 해바라기씨를 원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David 해바라기씨.

소금간만 돼 있는 Original 외에도 BBQ, Ranch 등 다양한 맛이 있다


그 당시에는 직구를 위해 인터넷을 뒤져봐도 마땅히 파는 곳이 없었다.


내 추측으로는 미국 어느 슈퍼마켓을 가든 흔하게 널려있는데


그걸 굳이 인터넷에서 사먹는 사람이 없을테니 팔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코스트코에서 해바라기씨를 찾게 되었다!


그 날 코스트코의 해바라기씨는 내가 거의 다 쓸어온 것 같다.


몇 개들이가 한 박스인지 모르겠지만 두 세 박스를 사왔으니.


가격도 꽤나 비쌌는데, 뭐 어쩌랴 구할 곳이 없는 걸.


이후로도 종종 코스트코에 들러서 한 무더기씩 사 오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코스트코에서도 해바라기씨를 팔지 않는 악몽이 찾아왔고,


해바라기씨와의 인연은 거기서 끝인 줄만 알았다.


그게 2014년인가 그럴거다.


이후 2년 가량 시간이 지나서 미국 MLB에 진출한 한국 야구선수들이 많아지게 되고


메이저리그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먹는 해바라기씨가 국내에 조명을 받게 되었다.


덩달아 해바라기씨가 대체 뭔 맛이라고 다들 하나같이 저거만 처먹고 있냐 하면서


국내에서도 찾는 사람이 조금 생기기 시작했다.


소셜 커머스 업체에서 미국의 David(위 사진), Giants 등 몇몇 브랜드의 제품을 수입하게 되었고


Giants 해바라기씨. 알이 굵지만 가격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약간 비싸다


나는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얼마 사진 못했지만


가끔씩 소셜 커머스 업체에서 홍보를 위해 할인 쿠폰을 뿌릴 때마다


몇 만원 어치씩 쟁여놓고 먹곤 했다.


Fisher 해바라기씨. 알이 작아서 껍데기에 비해 내용물이 부실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그러다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중국에서도 미국의 해바라기씨마냥


소금간을 해서 껍질채 볶은 해바라기씨를 판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중국산이라길래 약간 그 품질에 의심이 가기도 했다.


아무래도 먹는 거라 중국산이면 조금 경계심이 들지 않을 수 없으니.


그리고 미국 해바라기씨 맛에 길들여진 내게


중국 해바라기씨가 내 입맛에 맞을 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워낙에 저렴하게 인터넷에서 팔고 있었고


중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먹는다 하여 시험삼아 주문했다.


그 수많은 중국인들이 먹는데도 따로 뉴스화 된 게 없으니


죽진 않겠지 싶어 인터넷에서 차차 해바라기씨 5봉을 냉큼 주문.


내가 먹는 양만 따지면 벌크로 몇 kg짜리를 사도 곧 동이 나겠지만


일단 내 입맛에 맞는지를 알아야 했기에


오리지널 플레이버와 스파이스드 플레이버의 두 종류를 각각 3봉지, 2봉지 주문했다.



예전 미국에서 먹던 해바라기씨 느낌이다.


상세설명만 보면 이거 눅눅해서 먹기 좀 그렇지 않나 걱정했는데


막상 봉지를 까보니 눅눅은 커녕 미국꺼보다 훨씬 더 바스락거렸다.


그닥 미국 제품에 비해 아쉬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맛.


은 미국꺼와 사뭇 다르다.


해바라기씨 자체의 맛이 아니라 볶았을 때 추가된 시즈닝을 말하는 것이다.


해바라기씨는 미국이나 중국이나 똑같고, 알맹이 맛은 둘 다 같다.


주문한 두 가지 맛 중에 오리지널 맛부터 평가하자면


차차 제품은 미국 해바라기씨의 강렬한 짭짤함에 비해 약간 덜 짜다.


그래서 오히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쪽이 더 입에 맞을 수 있다.


미국 해바라기씨는 한 움큼 입에 물고 있으면 소금때문에 입이 얼얼한데,


차차 해바라기씨도 오래 물면 약간 얼얼하긴 하지만 미국꺼만큼은 아니다.


반면 스파이스 맛은 중국 특유의 향신료 맛이 강하다.


이게 호불호가 갈리는건지 아님 다들 싫어하는 맛인지 긴가민가하다.


나도 동남아 음식, 예를 들면 베트남쌀국수나 똠양꿍이나 뭐 이것저것 즐겨 먹는데도 불구하고


스파이스 맛은 내키지가 않았다. 나에게는 극불호 느낌.


두 봉을 샀는데 솔직히 한 봉만 살 걸 하면서 후회중이다.


전체적으로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것 같다. 오리지날 맛에 비해 짠 맛도 강하다.



의 크기에 대해서.


알은 미국 해바라기씨는 Fisher<David<Giants 순으로 큰데(David Jumbo는 제외. 걔는 Giants랑 비슷하다)


차차 해바라기씨는 David 정도 크기다.


그런데 껍데기가 길쭉해서 입안에 한 움큼 넣으면 껍데기가 잇몸을 자꾸 찌른다.


그것만 빼면 알은 실한 편이어서 나쁘지 않다.



마지막으로 해바라기씨 먹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꽤나 많은 것 같아서 팁을 소개한다.


처음 해바라기씨를 먹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손으로 껍데기를 까려고 하는데,


손으로 까려고 하면 껍데기가 두꺼워서 손톱이 나가는 경우도 많고


껍데기 부스러기가 손톱 밑에 끼기도 한다.


또 껍데기에 소금간이 돼 있기 때문에 손으로 까서 먹다 보면 손이 금세 끈적끈적해진다.


해바라기씨는 손으로 까서 먹는게 아니다.


처음 먹는 사람이라면 내 가이드에 맞게 먹어보기 바란다.


1. 해바라기씨를 하나만 입에 넣는다.


2. 해바라기씨를 입에 넣고, 혀를 이용해 왼쪽이나 오른쪽 어금니로 해바라기씨를 움직인다.


해바라기씨를 앞니로 까게 되면 껍데기 파편이 앞니 사이에 끼는 경우가 생기는데,


끼게 되면 여간 골치아픈 게 아니다. 칫솔질로도 잘 안 빠지고,


바깥에서 먹을 경우 계속 신경쓰이기 때문에 되도록 어금니를 이용해 까는 것을 추천한다.


3. 해바라기씨의 모서리 부분(꼭지점이 아니고 사이드의 모서리)이 윗 어금니와 아랫 어금니 사이에 오도록 문다.


http://www.drstevenlin.com/wp-content/uploads/2016/01/sunflower-seeds-foodpedia-dr-steven-lin-810x540.jpg?9182f0


껍데기를 까는 데 숙련된 사람이라면 꼭지점 부분으로 까도 크게 상관없지만,


꼭지점 부분으로 까게 될 경우 장작 쪼개지듯이 껍데기가 갈라지게 되고,


그 쪼개진 껍데기가 어금니 사이로 들어갈 수 있다.


해바라기씨 옆면의 둥그스름한 부분으로는 까지 못한다.


저 모서리 부분에 압력을 가해야 해바라기씨가 저 사진처럼 예쁘게 반으로 갈라진다.


4. 껍데기가 갈라지는 느낌만 날 정도로 약하게 압력을 줘서 해바라기씨를 반으로 가른다.


3단계에서 와그작와그작 씹어버리면 알맹이도 껍데기와 같이 씹히게 되고 이러면 알맹이를 먹기가 힘들다.


껍데기는 쪼개지지만 알맹이는 멀쩡할 정도로만 약하게 힘을 줘서 껍데기를 깬다.


5. 쪼개진 껍데기는 혀를 이용해서 뱉어내고, 알맹이만 냠냠 먹는다


'냠냠' 먹는게 키포인트다.


우물우물 먹어도 되지만 냠냠 먹으면 더 맛있다.


냠냠.


햄스터인줄.



위 단계를 거치면서 연습해 보고, 익숙해 지면 한 쪽 볼에 해바라기씨 여러 개를 쟁여놓고


혀를 이용해서 해바라기씨를 하나씩 다른 쪽 어금니로 이동시키고


껍데기를 깨서 알맹이는 먹고 껍데기는 버리는 식으로 먹을 수 있다.


나는 컴퓨터를 하면서도 의식하지 않고 해바라기씨를 깨먹을 수 있는데,


해바라기씨를 먹는데 가장 귀찮은 점인 '껍데기 버리기'를 위해서


페트병 등 껍데기를 모아서 버릴 수 있는 용기를 따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



해바라기씨도 뭐 건강식품이라면 건강식품이지만


위에서 말했듯 염분이 적지 않고 나같은 경우는 너무 먹다가 없던 알레르기까지 생기기도 했으니


적당히 먹는 것을 추천한다. 과유불급.


그리고 먹게 되면 입냄새가 엄청 나고, 껍데기를 퉤퉤 버리는 게 미관상 좋지 않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끝.